비가 새기 시작할 때의 막막함
며칠 전 남양주 다산동 쪽에 있는 옥상에서 물이 새는 걸 발견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옥상 방수라는 게 그냥 페인트 칠 한 번 하면 끝나는 건 줄 알았는데, 막상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더라. 비가 오면 천장에서 미세하게 물 자국이 생기는데 처음에는 누수인지 결로인지도 헷갈렸다. 남양주 방수 업체들을 검색해보니 견적도 천차만별이고, 당장 내일모레 또 비 소식이 있는데 예약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결국은 급한 대로 내가 직접 해결해 보겠다고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모했던 것 같다.
우레탄 방수제의 배신
셀프 방수를 하겠다고 철물점에서 우레탄 페인트랑 롤러, 신나 같은 것들을 잔뜩 사 왔다. 대략 20만 원 중반대 정도가 들었는데, 막상 옥상에 올라가서 바닥을 정리하다 보니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십 년 넘게 방치된 바닥은 이물질이 가득했고, 갈라진 틈 사이마다 흙먼지가 끼어 있었다. 고압 세척기가 없으니 빗자루로 쓸고 물 뿌리고 닦아내는 데만 반나절이 걸렸다. 날씨는 또 왜 그렇게 더운지, 땀이 뚝뚝 떨어져서 눈이 따가울 지경이었다. 페인트를 바를 때도 문제였다. 겹겹이 쌓인 갈라진 틈을 메우느라 시간을 다 썼는데, 이게 마르는 데만 꼬박 이틀이 걸린다고 하니 중간에 비라도 올까 봐 조마조마했다.
토치 사용은 정말 위험했다
영상에서 보면 토치로 바닥을 달궈서 시트지를 붙이거나 습기를 제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도 이걸 따라 해보겠다고 토치를 빌려왔었다. 그런데 이게 뉴스에서 보던 것처럼 위험천만한 물건인 줄은 그땐 몰랐다. 불을 붙여서 바닥을 지지는데, 불꽃이 생각보다 너무 세서 옆에 있던 폐기물에 불똥이 튈 뻔했다. 순간적으로 ‘이거 내가 할 일이 아니구나’ 싶더라. 예전에 다산동 어디선가 방수 작업하다 화재가 났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 그 마음이 이해가 됐다. 나중에는 무서워서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구석에 던져뒀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덜컥 겁이 난 게 다행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전문가를 부를지 말지 매번 고민한다
결국 시공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일부분이 다시 들뜨기 시작했다. 이게 내가 밑작업을 제대로 안 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페인트가 저가형이라 그런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차라리 처음부터 돈 좀 더 주고 업체에 맡길 걸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또 업체 견적을 보면 옥상 면적 계산해서 수백만 원씩 부르니 선뜻 결정을 내리기도 어렵다. 파주나 남양주 일대 방수 업체에 전화해보면 다들 바빠서 기본 몇 주씩 대기해야 한다고 한다. 장마철이 다가오는데 옥상에 쌓아둔 짐들이 젖을까 봐 오늘도 퇴근길에 옥상에 올라가 대충 비닐을 덮어두고 내려왔다.
해결되지 않는 찝찝함
분명히 뭔가를 하기는 했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 같지는 않다. 요즘은 그냥 비가 안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옥상 방수라는 게 참 그렇다. 전문가를 부르자니 비용이 부담되고, 직접 하자니 나처럼 덜컥 겁부터 나는 사람이 태반일 것 같다. 유튜브에서 본 것처럼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경우는 거의 없더라. 다 마른 것 같아서 밟아보면 살짝 끈적거리는 느낌이 남아서 찝찝하고, 옆집은 또 언제 했는지 깨끗해 보이는데 우리 집만 왜 이러나 싶고. 그냥 이번 장마 지나고 나서 진짜 제대로 된 업체 한 번 더 불러볼까 고민 중인데, 가격 듣는 게 또 무서워서 계속 미루게 된다. 당분간은 이 불안함을 안고 살아야 할 것 같다.

토치로 바닥 달구는 모습 보니까 정말 위험하다는 걸 뒤늦게 알게 돼서 안도감이 느껴지네요. 습기 제거 작업 자체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그리고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알 것 같아요.
우레탄 페인트 바르는 거 진짜 힘들었겠네요. 땀도 엄청 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