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갑자기 우리 집 옥상이 휴양지가 될 수 있겠다는 말도 안 되는 희망을 품었다. 영종도 쪽 수영 강습을 다닐 때 보았던 그 쾌적한 느낌을 굳이 우리 집 옥상에서 재현해보고 싶었던 거다. 사실 옥상에 조립식 수영장을 설치하는 게 뭐 대단한 일이겠냐 싶었다. 그저 평평한 바닥에 틀을 잡고 물만 채우면 끝인 줄 알았으니까. 그래서 인터넷으로 100만 원 안팎의 적당한 이동식 수영장을 골랐는데, 이게 정말 큰 오산이었다.
시작은 가벼웠으나 끝은 옥상 전체 방수였다
제품을 고르고 나서 문득 불안한 마음이 들어 옥상 바닥을 살폈다. 10년 넘게 방치해둔 우레탄 도막 방수가 이미 군데군데 갈라져 있었다. 그냥 깔아도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혹시라도 물이 새서 아래층 천장까지 베어 들어가면 수리비가 더 나올 것 같았다. 결국 수영장 설치는 뒷전이고 옥상 전체 방수 공사를 먼저 불러야 했다. 조립식 수영장 하나 놓으려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상황이다. 방수 업체 사장님이 오셔서 상태를 보더니 혀를 차셨다. 전체 면적을 훑고 지나가니 비용이 300만 원은 훌쩍 넘어가더라. 여기서 벌써 마음이 꺾였어야 했다.
철거와 설치 사이에서 겪은 당혹감
방수 공사를 끝내고 나니 며칠 뒤에 주문한 수영장이 도착했다. 꽤 큰 박스 3개가 옥상 계단을 통해 올라오는데, 택배 기사님께 너무 죄송할 정도로 무거웠다. 조립을 시작하는데 설명서는 왜 그리 불친절한지. 분명 조립식이라고 했는데, 나사 하나가 안 맞아서 1시간 동안 옥상 바닥에 주저앉아 낑낑거렸다. 영종도에서 강습받을 때는 물만 들어가면 되던 것이, 내 집 옥상에선 왜 이렇게 물리적인 장벽이 많은지 모르겠다.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수영장 프레임은 생각보다 거대해서 옥상 공간을 절반 이상 차지해버렸다. 예쁜 사진 하나 남길 생각이었는데, 막상 설치하고 나니 옥상이 아니라 공사 현장 같았다.
물을 채우는 과정의 지루함과 불안함
프레임을 다 세우고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수돗세를 걱정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다. 물이 차오르는 걸 보면서는 뿌듯했는데, 며칠 뒤 수영장 바닥 한쪽이 살짝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보니 옥상 바닥의 수평이 완벽하지 않았던 거다. 방수 공사할 때 그걸 미리 체크했어야 했는데, 이미 늦었다. 물을 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람을 불러서 옥상 전체 수평을 다시 잡을 수도 없으니 그냥 불안한 채로 방치했다. 수영장을 쓰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항상 물이 새지 않을까, 바닥이 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남은 것은 관리의 무게뿐
결국 한 달도 안 돼서 물을 다 빼버렸다. 물을 뺄 때도 배수구가 옥상 한가운데 있어서 물이 고이는 바람에 빗자루로 한참을 밀어내야 했다. 그때 느꼈다. 단독주택에서 수영장을 한다는 건 낭만이 아니라 노동이라는 것을. 방수 공사로 쓴 300만 원과 수영장 비용, 그리고 그 고생했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차라리 그 돈으로 리조트 패키지를 끊어서 가족들과 편하게 다녀오는 게 훨씬 쌌을 것 같다. 요즘도 옥상에 올라가면 텅 빈 수영장 프레임이 구석에 흉물스럽게 접혀 있다. 저걸 다시 펴야 할지, 아니면 아예 당근마켓에 내놓아야 할지 고민만 몇 달째다. 결심이 서질 않는다. 당장 내일이라도 싹 다 치워버릴지, 아니면 내년 여름을 기약하며 저 무거운 철제 프레임을 그대로 둬야 할지, 아무래도 올해 안에는 해결이 안 날 것 같다.

우레탄 도막 방수 상태가 그렇게 심각했었나 보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옥상 바닥 점검은 꼭 미리 하는 게 좋겠어요.
옥상에 수영장 설치 생각하다가 겪은 일, 정말 뼈아프네요. 제가 살고 있는 곳도 옥상인데, 방수 문제 때문에 비슷한 고민 한 번 해봤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