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장마철마다 거실 천장에 조금씩 배어 나오던 물 자국
처음에는 그냥 벽지가 살짝 눅눅해지는 정도였다. 기분 탓인가 싶었는데, 작년 여름 유난히 비가 많이 오던 날 결국 거실 모서리 쪽 벽지가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손으로 만져보니 축축한 느낌이 확 올라왔다. 오래된 빌라에 살다 보면 누수 문제는 언젠가 겪는 일이라지만, 막상 내 집 천장에서 물이 새는 걸 눈으로 확인하니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윗집이 따로 없는 4층 탑층이라 이건 100% 옥상 바닥에서 타고 내려오는 누수였다. 빌라 반상회에서 옥상 방수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도 벌써 몇 년째였는데, 매번 비용 분담 문제로 흐지부지되던 게 결국 터진 셈이었다. 다른 집들은 당장 자기 일이 아니라고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여서, 일단 내 선에서 급한 불이라도 꺼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셀프로 균열을 메워보겠다고 실리콘과 침투방수제를 사 들고 옥상에 올라갔던 날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크랙 보수용 우레탄 실리콘이나 바르면 콘크리트 속으로 스며든다는 침투방수제 같은 것들이 엄청 많이 팔리고 있었다. 철물점에서 삼화페인트 우레탄탄성방수 자재랑 몇만 원어치 재료를 사 들고 야심 차게 옥상으로 올라갔다. 초록색 우레탄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지고 쩍쩍 갈라진 틈새가 한눈에 봐도 꽤 많았다. 대충 빗자루로 먼지를 쓸어내고 갈라진 틈에 실리콘을 덕지덕지 짰는데, 쏘다 보니 이게 옥상 전체 면적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는 걸 깨달았다. 햇볕은 뜨겁고 허리는 끊어질 것 같았는데, 실리콘 몇 통으로는 택도 없었다. 게다가 겉만 대충 메운다고 콘크리트 내부 깊숙이 고여 있는 물기까지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반나절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낑낑대다 결국 이 방식으로는 장마를 버틸 수 없겠다는 무력감만 남긴 채 철수했다.
수원 장안구 골목길 빌라 옥상에 사다리차가 들어오지 못해 난감했던 견적 상담
결국 동네 방수 업체를 수소문해서 견적을 받아보기로 했다. 내가 사는 곳은 수원 장안구의 주택가 골목길인데, 도로가 좁고 주차된 차들이 많아서 대형 차량 진입이 까다로운 편이다. 처음 전화한 업체 사장님은 4층 옥상이라 장비를 올리려면 사다리차나 스카이 차량이 들어와야 하는데, 골목 폭이 너무 안 나와서 차량 진입이 불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수원의 다른 업체를 물색해 현장을 보여주니, 사다리차 없이 인력으로 자재를 계단으로 다 날라야 해서 인건비가 더 추가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평당 단가로 계산하는 보통의 견적보다 훨씬 비싸게 부르는 느낌이었다. 대략 350만 원에서 400만 원 선을 부르는데, 생각했던 예산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라 가슴이 답답했다. 다른 빌라 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공사비를 분담하자고 설득하는 과정도 정말 피곤한 일이었다.
우레탄 도막방수와 옥상을 아예 덮어버리는 칼라강판 시공 사이에서의 현실적인 고민
견적을 내러 온 사장님 중 한 분은 우레탄 도막방수 대신 칼라강판 시공을 권하기도 했다. 요즘은 아예 옥상에 철골 뼈대를 세우고 칼라강판으로 지붕처럼 덮어버리는 게 수명이 훨씬 길다는 주장이었다. 혹하긴 했다. 우레탄 방수는 보통 3~5년 주기로 상도를 다시 칠해줘야 하고 관리하기 까다롭지만, 칼라강판은 한 번 해두면 10년 이상 신경 안 써도 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격 비교를 해보니 칼라강판은 700만 원이 훌쩍 넘어갔다. 게다가 우리 빌라는 옥상에 보일러 실과 빨래 건조대 같은 기존 시설물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칼라강판을 씌우기가 구조적으로 무척 복잡했다. 결정적으로 구청에 신고하지 않고 지붕처럼 씌우면 불법 증축이나 위반건축물로 걸릴 수도 있다는 이웃의 조언이 마음에 걸려, 결국 옥상 바닥에 직접 방수제를 바르는 우레탄 도막방수 공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하도부터 상도까지 꼬박 사흘 동안 먼지와 냄새를 견디며 지켜본 공사 과정
공사는 이틀이면 끝난다고 하더니, 실제로는 날씨와 양생 기간 때문에 꼬박 3일이 걸렸다. 첫날은 기존에 다 깨져있던 우레탄 바닥을 그라인더로 긁어내는 면갈이 작업을 했는데, 그 소음과 시멘트 먼지가 온 동네를 덮쳤다. 이웃집에서 시끄럽다고 창문을 쾅 닫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눈치가 보여 죽을 맛이었다. 면갈이가 끝난 뒤 바닥의 균열 부위를 실란트로 메우고 방수제가 잘 붙도록 프라이머 역할을 하는 하도를 발랐다. 다음 날은 본격적으로 초록색 액체인 우레탄 중도를 도포했는데, 빌라 계단 전체에 골머리가 아플 정도로 독한 화학 약품 냄새가 꽉 들어찼다. 창문을 다 열어두어도 냄새가 잘 빠지지 않아 밤새 머리가 지끈거렸다. 마지막 날 상도 코팅까지 바르고 나서야 겨우 끝이 났는데, 마르는 데 하루가 더 걸려서 그동안은 옥상 출입이 완전히 통제되었다.
공사가 끝나고 비가 거세게 내리던 날 밤에 느낀 묘한 안도감과 찝찝함
공사를 마친 지 일주일쯤 지나고 주말에 꽤 굵은 비가 내렸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거실 천장을 수시로 쳐다보고 손으로 만져봤다. 다행히 예전처럼 물기가 번지거나 축축해지는 현상은 없었다. 큰돈을 들여 공사한 보람이 있구나 싶으면서도, 옥상 구석에 물이 완벽하게 빠지지 않고 살짝 고여 있는 곳이 보여서 내심 신경이 쓰였다. 사장님은 바닥 수평을 완벽하게 잡는 건 원래 한계가 있다고 하셨지만, 왠지 물이 고여 있는 자리가 나중에 또 갈라져 물이 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불쑥 들었다. 옥상 방수는 한번 해두면 끝인 줄 알았는데, 몇 년 뒤에 또 이 골치 아픈 과정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완전히 개운하지만은 않다. 그래도 일단 올해 장마는 천장 젖을 걱정 없이 조용히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사실에 애써 안도하고 있다.

실리콘으로 틈새를 메우는 건 정말 비효율적이었네요. 옥상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해서, 결국 전문 업체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면갈이하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어요. 윗집 누수 때문에 걱정되는데, 이렇게 꼼꼼하게 하려고 하니 마음이 복잡해지네요.
우레탄 방수 시공 후 관리도 중요하죠. 꼼꼼하게 진행하셔서 다행이에요.
벽지가 물든 모습 보니까, 오래된 빌라 관리 진짜 어렵네요. 4층에 살아서 작업하기가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