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페인트칠은 시작부터가 문제였다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기 시작하니까 옥상 바닥 상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실 작년부터 베란다 천장 페인트가 조금씩 들뜨는 게 보이긴 했는데, 그냥 습기 때문이려니 하고 넘겼던 게 화근이었다. 날 잡고 동네 페인트 가게에 가서 이것저것 물어봤더니, 사장님이 옥상 방수 페인트는 제대로 안 하면 나중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고 엄포를 놓으셨다. 왠지 모르게 겁이 덜컥 났지만, 일단 견적이나 받아보자 싶어 몇 군데 연락을 돌렸다. 그런데 막상 기술자분들 불러서 얘기 들어보면 인건비가 거의 전부고 자재비는 얼마 안 한다고 하니,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 결국 고민만 하다가 직접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게 3주 전의 일이다.
고경질 우레탄 선택과 고난의 시작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고경질 우레탄이 탄성도막방수보다 내구성이 좋다는 글이 많았다. 덥석 20리터짜리 통을 두 개 주문했다. 가격은 대략 15만 원 정도 들었는데, 막상 옥상에 올려놓고 보니 이걸 다 바를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섰다. 며칠 전 뉴스에서 리플렉팅 풀에 방수 페인트 잘못 칠했다가 난리 난 기사를 봤던 기억이 났다. 페인트가 벗겨져서 수면 위로 둥둥 떠다닌다던데, 설마 내 옥상도 그렇게 되는 건 아니겠지? 싶어서 기초 작업인 하도 처리를 진짜 꼼꼼하게 했다. 붓이랑 롤러질을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서 중간에 쉬는데, 바람에 날아온 먼지가 덜 마른 페인트 위에 딱 달라붙는 걸 보고 그냥 헛웃음만 나왔다.
예기치 못한 날씨와 작업의 불확실성
하필 작업하던 주말에 비 소식이 있었다. 기상청 예보는 자꾸 바뀌고, 옥상 바닥은 습기를 머금은 것 같아서 속이 탔다. 방수 작업이라는 게 물기가 있으면 안 된다던데, 지금 상태에서 페인트를 올려도 되는 건지 확신이 안 섰다. 괜히 덮어버렸다가 지하수나 빗물이 그 아래로 스며들면 나중에 진짜 걷잡을 수 없을 텐데. 옆집 아저씨는 그냥 대충 하고 덮으라고 하시는데, 그게 말처럼 쉽나. 예전에 옥상 방수 하다가 토치 써서 불낸 뉴스까지 기억나서, 나는 그냥 차라리 습기를 바짝 말리려고 선풍기까지 동원했다. 집에서 연장 다 꺼내고 옥상에서 땀 뻘뻘 흘리며 며칠을 보냈는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했다.
유리벽과 실리콘 마감의 딜레마
옥상 바닥만 칠하면 끝인 줄 알았더니, 옥상 난간 유리벽이랑 맞닿은 부분이 문제였다. 기존에 발라져 있던 실리콘이 다 삭아서 가루가 되어 떨어지고 있었다. 이걸 그냥 두면 새로 칠한 페인트 위로 물이 다 들이칠 것 같았다. 실리콘을 새로 쏘려고 보니 틈새가 너무 넓어서 백업재까지 넣어야 했다. 페인트 가게 사장님한테 물어봤을 때 그냥 대충 바르라고 하셨던 게 생각나서 좀 억울하기도 했다. 결국 전문 자재상에 가서 실리콘이랑 방수액을 추가로 샀는데, 이것저것 다 합치니 벌써 20만 원이 훌쩍 넘었다. 애초에 기술자 불렀으면 얼마 차이도 안 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끝났지만 찜찜함은 남았다
어찌어찌 마무리는 했다. 보기에는 그럴싸하게 칠해진 것 같은데, 사실 이게 얼마나 갈지 잘 모르겠다. 특히나 모서리 부분은 붓질을 해도 해도 구멍이 남는 것 같아서 계속 덧칠했더니 그 부분만 페인트가 너무 두껍게 올라가 버렸다. 조류가 덮치거나 나중에 들뜨지나 않을까 걱정돼서 틈날 때마다 옥상에 올라가 확인하는 게 요즘 일상이 되었다. 돈은 돈대로 쓰고 몸은 몸대로 상했는데, 정작 결과물에 대해서는 마음이 편치 않다. 옆집에선 잘했다고들 하지만, 다음에 비가 세차게 내리고 나면 아마 옥상에 올라가서 구석구석 살피느라 잠도 안 올 것 같다. 방수라는 게 참, 한번 시작하면 끝이 없는 일인 것 같기도 하고.

하도 처리는 정말 중요하네요. 제가 전에 칠했던 곳에서도 꼼꼼하게 안 했는데, 그 부분이 결국 문제 생기는 걸로 보니까요.
고경질 우레탄으로 하신 거 보니, 꼼꼼하게 기초 작업까지 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붓질이랑 롤러질 번갈아 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