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베란다를 봤는데, 거실 창틀 아래쪽으로 빗물이 조금씩 번져 있는 걸 발견했다. 처음에는 그냥 창문을 덜 닫았나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비가 조금 더 세게 오는 날에는 어김없이 그 자리에 습기가 차고, 심할 때는 물이 똑똑 떨어지기도 했다. 이게 계속 신경 쓰이다 보니 괜히 창문만 봐도 한숨이 나왔다. KCC 같은 데서 창호 건강검진이니 뭐니 해서 실리콘 상태 확인해보라고 하길래 한번 들여다봤는데, 확실히 세월의 흔적 때문인지 창틀 바깥쪽 실리콘이 군데군데 갈라져 있었다.
업체 부르기 전에 고민했던 시간들
업체를 부르면 편하다는 건 알고 있다. 예전에 싱크대 실리콘 작업할 때도 동네 업체에 불렀더니 금방 끝내주긴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외벽 쪽이라 가격이 좀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아파트 외벽 실리콘 코킹 작업 비용이 보통 30만 원에서 50만 원 사이, 많게는 더 부르는 곳도 있다고 하니 당장 선뜻 연락하기가 망설여졌다. ‘내가 직접 해볼까?’ 하는 무모한 생각이 든 건 그때부터였다. 유튜브에서 외벽 방수 페인트랑 실리콘 코킹 영상들을 계속 보면서, 로프 타고 작업하시는 분들 보니까 어쩌면 나도 도구만 제대로 갖추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다이소와 철물점을 돌며 도구를 샀지만
결국 주말에 철물점에 가서 실리콘이랑 코킹 건을 샀다. 집에 있던 다이소표 실리콘 헤라는 이미 낡아서 새로 사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창틀을 자세히 보려고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미니까, 아파트 12층 높이라는 게 새삼 실감이 났다. 무서워서 도저히 바깥쪽 실리콘을 제대로 긁어낼 엄두가 안 났다. 안쪽에서 틈새만 대충 메워보려고 했는데, 그것도 실리콘을 예쁘게 쏘는 게 생각보다 정말 어려웠다. 손이 부들부들 떨려서 실리콘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오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 지저분해 보였다. 결국 내가 한 거라곤 틈새에 지저분한 흔적만 남긴 셈이었다.
빗물은 여전히 창틀을 넘보고 있다
어설프게 실리콘을 덧바르고 며칠 지났을 때, 비가 또 왔다. 내가 쏜 실리콘이 제대로 붙지도 않았는지, 아니면 애초에 틈새 깊숙한 곳의 문제는 해결이 안 된 건지 여전히 물이 조금씩 스며 나왔다. 내가 한 건 그냥 눈가리고 아웅이었던 거다. 사실 샷시 코킹이라는 게 겉면만 덮는 게 아니라, 기존 실리콘을 싹 긁어내고 프라이머 작업까지 해야 제대로 방수가 된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걸 몰랐던 건 아니지만, 설마 이 정도로 금방 티가 날 줄은 몰랐다.
전문가의 영역과 개인의 한계 사이에서
지금은 그냥 젖은 자국이 보일 때마다 마른 걸레로 닦아내며 버티고 있다. 업체에 연락하자니 또 돈 나갈 생각에 망설여지고, 그렇다고 내가 또 올라가서 고쳐볼 생각은 이제 추호도 없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이 분명히 있다는 걸 이렇게 몸소 깨닫는 것 같다. 다음번에는 고민 그만하고 그냥 동네에서 평판 괜찮은 곳에 연락해서 견적이나 물어봐야겠다. 그땐 30만 원을 쓰더라도 마음 편하게 비 오는 날을 기다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비 오는 게 마냥 달갑지 않다.

이런 경험 생각하면, 제가 살고 있는 빌딩 창문도 걱정되네요. 오래된 건물은 정말 관리하기가 쉽지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