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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벽면 보수하려고 페인트 통 들었다가 고생만 한 이야기

페인트칠이 그냥 붓질이면 다 되는 줄 알았다

얼마 전에 거실 벽 한쪽이 너무 지저분해서 그냥 페인트나 한 통 사서 슥슥 칠하면 되겠거니 생각했다. 사실 유튜브나 블로그를 보면 다들 무슨 미술 작가처럼 슥슥 칠하고 끝내길래 나도 별거 아니라고 믿었다. 근데 막상 인천 동네 페인트 가게에 가서 ‘벽지용 페인트 하나 주세요’ 하니까 사장님이 질문을 쏟아내더라. 무슨 수성이냐 유성부터 시작해서, 프라이머는 샀냐, 젯소는 칠할 거냐… 갑자기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냥 하얀색이면 다 같은 줄 알았지. 결국 15,000원 정도 하는 기본 수성 페인트랑 붓, 롤러 세트를 대충 챙겨서 집으로 왔다.

젯소 작업에서 이미 지쳐버린 오후

집에 와서 바로 페인트를 뜯으려니까, 아까 가게 사장님이 했던 말이 걸려서 설명서를 찾아봤다. 젯소를 미리 칠해야 페인트가 잘 먹는다나 뭐라나. 귀찮아서 그냥 할까 하다가도, 나중에 얼룩덜룩해지면 더 골치 아플 것 같아서 억지로 젯소 작업을 시작했다. 냄새가 생각보다 독해서 창문을 다 열었는데도 머리가 좀 띵했다. 135x100mm 정도 되는 작은 범위도 아니고 거실 벽면 전체를 칠하려니 팔이 금방 덜덜 떨렸다. 대략 2시간 정도 걸렸는데, 이때 벌써 ‘아, 그냥 사람 부를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 벽면 보수가 아니라 이건 거의 노동이었다.

페인트 튀는 걸 막는 게 기술이더라

본격적으로 페인트를 칠하는데 이게 마음처럼 안 된다. 롤러로 밀면 페인트가 사방으로 튀어서 바닥에 신문지를 깔아뒀는데도 어느새 발등에 묻어있고, 콘센트 주변 칠하다가 페인트가 뭉치고 난리도 아니었다. 어떤 블로그에서 ‘페인트가 흐르지 않게 살짝 덜어내는 게 핵심’이라고 봤는데, 말은 쉽지 내 맘대로 되나. 옷에는 이미 한 방울씩 튀어 있고, 점점 페인트 냄새에 절여지는 기분이 들었다. 차라리 전문가들이 인천 인테리어 현장에서 벽면 페인트 보수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 사람들은 붓질 몇 번으로 깔끔하게 끝내던데 나는 왜 이 모양인지.

마무리되지 않은 붓 자국과 묘한 찝찝함

어찌어찌 세 시간 넘게 고생해서 다 칠했다. 근데 멀리서 보니까 붓 자국이 난 곳은 티가 나고, 햇빛 비치는 각도에 따라 칠해진 농도가 미묘하게 다르다. 롤러 자국도 남아서 뭔가 묘하게 촌스러운 느낌이다. 분명 깨끗해지긴 했는데, 새로 칠한 부분과 원래 벽지가 묘하게 안 어울려서 거실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돈 아끼려고 셀프 페인팅을 시작했지만, 들어간 시간과 체력을 생각하면 이게 이득인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또 하라고 하면 글쎄, 아마 그냥 벽지 스티커를 붙이거나 가구로 가려버릴 것 같다.

페인트 통을 어디에 버려야 할지 여전히 고민 중

다 쓴 페인트 통이랑 붓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문제다. 물로 씻으면 환경에 안 좋다는 소리를 어디서 들은 것 같아서 일단 베란다에 방치해뒀다. 붓은 굳어버려서 아마 버려야 할 것 같고, 페인트 통도 다 쓴 건지 남은 건지 애매한 상태로 구석에 처박혀 있다. 인테리어 고수들은 남은 페인트를 활용해서 소품도 만든다던데, 나는 지금 거실 벽 하나 제대로 칠한 건지도 잘 모르겠다. 남들이 보면 깔끔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군데군데 덜 칠해진 것 같고 붓 자국만 눈에 밟힌다. 다음엔 진짜 전문가를 부르든가, 아니면 그냥 살던 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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