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아래층 이웃에게 연락이 왔다. 천장에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화장실 방수 문제겠거니 싶어 업체를 불렀는데, 탐지 결과는 의외였다. 화장실 바닥이 아니라 거실 창틀 주변의 외벽 크랙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였다. 살면서 아파트 외벽 실리콘이 이렇게까지 중요한지 몰랐다. 그냥 건물 겉면이 조금 갈라진 것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틈으로 빗물이 스며들어 아래층까지 타고 들어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밧줄 하나에 의지해 매달린 작업자들
결국 외벽 코킹 작업을 하는 업체를 수소문했다. 비용은 대략 8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를 불렀는데, 이게 높이에 따라 또 금액이 달라진다고 했다. 우리 집은 10층이라 아무래도 위험 수당이 붙는 것 같았다. 작업하시는 분이 옥상에서 밧줄을 내리고 의자 같은 것에 앉아 내려오시는데, 아래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덜컥했다. 뉴스에서 가끔 보는 추락 사고가 남 일 같지가 않아서 작업하시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혹시라도 줄이 끊어지거나 미끄러지면 어떡하나 싶어 계속 창밖을 내다봤다.
무조건 다 뜯어내야 한다는 말의 무게
작업하시는 분 말씀이, 기존 실리콘이 다 삭아서 가루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10년이 넘은 아파트라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샷시 주변을 다 뜯어내고 새로 실리콘을 쏘는 작업을 지켜보는데, 생각보다 작업 시간이 길었다.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3시쯤 끝났던 것 같다. 땡볕 아래에서 밧줄에 매달려 계시는 게 너무 안쓰러워 음료수를 좀 챙겨드렸는데, 정작 본인은 더워서 커피도 잘 안 넘어가시는 눈치였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시는 뒷모습을 보면서, 다음에 또 비가 오면 정말로 물이 안 샐까 하는 의구심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장마철이 다가오니 다시 시작된 걱정
작업을 마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마침 장마가 시작되었다.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습관적으로 아래층 이웃에게 문자를 보내게 된다. ‘혹시 오늘은 괜찮으신가요?’라고 물어보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아직은 별말이 없으시지만, 언제 어디서 또 크랙이 생겨 물이 샐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관리사무소에 물어보니 공용 부분 크랙은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는데, 우리 집처럼 개인 샷시와 연결된 부분은 참 애매하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이런 사소한 보수가 왜 이렇게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해결되지 않은 찜찜함
침투 방수제라는 것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실리콘 작업과는 또 다른 영역인가 보다. 근본적으로 건물이 낡아가는 건데 실리콘 몇 줄 쏜다고 해결될까 싶기도 하다. 물론 당장은 물이 안 새니까 최선이라 생각하고 넘어가지만, 완벽하게 고쳐졌다는 느낌보다는 일단 이번 장마는 무사히 넘겼으면 좋겠다는 심정이 더 크다. 다음에는 윗집이나 아랫집에서 또 문제가 생기면 아예 관리사무소 차원에서 전체적인 외벽 보수를 강력하게 요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비 오는 날의 스트레스는 확실히 줄었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기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실리콘 작업 외벽 보수까지 생각하다니, 오래된 건물 문제 정말 복잡하네요. 특히 작업자분들이 더위에 힘들어하시는 모습이 마음 아팠어요.
실리콘 작업 후에도 계속 불안한 마음이 드네요. 샷시 낡은 정도를 생각하면 오래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