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단순히 페인트칠 정도로 생각했다
몇 년 전부터 빌라 옥상 구석에 물이 고이는 게 거슬렸다. 장마철마다 4층 천장에 얼룩이 번지는 걸 보면서 ‘에이, 그냥 페인트 한 통 사서 슥 바르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게 잘못이었다. 처음에는 동네 페인트 가게에 가서 옥상용 에폭시 페인트가 있냐고 물어봤다. 주인아저씨가 옥상엔 우레탄 방수를 해야 한다며 혀를 차시더라. 우레탄 수지가 어쩌고, 하도와 상도가 어쩌고 하는 소리를 듣는데 갑자기 머리가 아파졌다. 결국 그날은 삼화페인트에서 나오는 방수재인지 뭔지 하는 걸 구경만 하다가 빈손으로 내려왔다. 인터넷에서 옥상방수비용을 찾아보니 업체에 맡기면 수백만 원은 우습게 깨진다는 글들이 많았다. 내 손으로 해결하면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얕은 계산이 서기 시작했다.
옥상 바닥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대가
막상 옥상에 올라가 보니 상황은 훨씬 나빴다. 평소엔 잘 안 보이던 미세한 균열이 군데군데 보였다. 다산동 쪽 빌라들 보수 지원 사업 이야기도 뉴스에서 본 적이 있는데, 우리 빌라는 그런 혜택을 받을 조건이 되는지도 애매했다. 옥상 바닥에 쌓인 먼지를 빗자루로 쓸어내리는 데만 벌써 한나절이 걸렸다. 프라이머라는 걸 발라야 접착력이 좋아진다고 해서 며칠 뒤에 다시 사서 올라갔다. 프라이머는 무슨 투명한 물 같았는데, 이걸 바닥에 부어놓고 롤러로 밀다 보니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30평 정도 되는 옥상이 그렇게 넓은지 처음 알았다. 무릎도 아프고 손목은 덜덜 떨리고, 이게 과연 아파트 재도장 공사처럼 깔끔하게 나올지 벌써부터 의문이 들었다.
날씨와 습도라는 변수를 간과했다
방수제라는 게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습기가 조금만 남아 있어도 나중에 기포가 올라온다고 해서 맑은 날을 골랐는데, 하필 그날 오후부터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옥상에 펼쳐놓은 짐들 사이로 먼지가 다 달라붙었다. 우레탄 수지를 섞어서 바르는데, 이게 생각보다 빨리 굳지 않아서 밟지도 못하고 멍하니 옥상 문 앞에 서 있었다. 밤에 비라도 올까 봐 일기예보를 열 번은 넘게 확인했다. 누가 그랬던가, 방수공사는 제품보다 날씨 맞추기가 절반이라고. 롤러 자국이 그대로 남은 바닥을 보면서 이걸 업체에 맡기면 얼마나 빨리 끝냈을까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비용을 좀 아껴보겠다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결과물은 엉망인 것 같아 헛웃음이 나왔다.
재료를 샀지만 마무리는 여전히 불안하다
결국 삼분의 일 정도만 대충 덮어두고 내려왔다. 이게 완전한 방수가 될 리가 없다는 걸 나도 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복합시트방수나 뭐 그런 전문적인 공법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단순히 페인트를 덧칠하는 수준으로 누수를 막을 수 있다고 믿었던 내 생각이 너무 순진했다. 며칠 뒤에 비가 내렸는데, 내가 칠해놓은 곳은 멀쩡한데 옆쪽에서 다시 물이 새는 게 보였다. 결국 임시방편이었을 뿐이다. 이제는 옥상 방수 업체에 다시 전화를 해봐야 하나 싶다. 돈은 돈대로 쓰고 몸은 몸대로 고생하고, 결국 원점이다. 이렇게 시간을 들였는데도 해결이 안 된 걸 보면, 처음부터 그냥 전문가를 불렀어야 했나 싶기도 하다. 지금도 옥상 문을 열 때마다 덜 마른 페인트 냄새가 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아마 다음 장마가 오기 전까지 이 고민은 계속될 것 같다.

프라이머를 바르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네요. 롤러질을 하다가 허리도 아프고 손목도 다치는 건 저도 똑같은 경험을 했어요.
우레탄 수지 굳는 게 정말 답이 없더라고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날씨 때문에 작업 자체가 어려워지는 부분에 공감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