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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서 물이 샌다는 말을 듣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오후

갑작스러운 아랫집의 호출

주말 오후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아랫집에서 인터폰이 왔다. 대뜸 천장에 물이 맺히고 있다며 올라와 보라는 것이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우리 집 화장실은 며칠 전부터 조금 눅눅한 느낌이 들긴 했는데, 설마 그게 진짜 누수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그냥 습기겠거니, 환기를 제대로 안 해서 그렇겠거니 하며 넘겼던 내 안일함이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막상 아랫집에 내려가 보니 벽지를 타고 곰팡이가 제법 번져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나니 아차 싶었다. 이걸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하는 건지 막막함부터 밀려왔다.

누수 탐지를 위해 사람을 부르는 과정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일단 누수 탐지 업체를 부르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서울에 있는 유명하다는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렸는데, 다들 당장 오늘 내일은 예약이 꽉 찼단다. 결국 3일 뒤에나 가능하다는 곳을 겨우 잡았다. 누수 검사 비용만 해도 기본 30만 원에서 많게는 50만 원까지 부르는데, 공사를 시작하면 별도라는 말에 한숨이 나왔다. 그냥 물이 좀 새는 건데 왜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지, 공사비용은 또 얼마나 나올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업체 사람은 와서 열화상 카메라를 들고 한참을 서성거렸다. 누수는 원인을 찾는 게 반이라는데, 정작 배관 문제는 아닌 것 같고 화장실 바닥 방수층이 깨진 것 같다는 모호한 진단만 남기고 갔다.

보험 처리에 대한 복잡한 현실

어디선가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으로 처리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급하게 약관을 뒤져봤다. 가입해둔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자기부담금이 50만 원이란다. 피해를 본 아랫집 수리비가 얼마나 나올지 모르는데, 내 돈 50만 원은 무조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꽤나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더 짜증 나는 건 내 집의 망가진 타일이나 벽지는 보상 항목에서 제외된다는 점이었다. 누수 때문에 아랫집에 미안한 것도 모자라, 내 집 수리비까지 온전히 내 돈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게 왠지 억울했다. 보험사 상담원은 사무적인 말투로 서류 목록만 읊어댈 뿐이었다.

아스팔트 방수와 아크릴 방수의 고민

업체에서는 화장실 바닥 전체를 뜯어내고 아스팔트 방수를 하는 게 정석이라고 했다. 그런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한편에서는 요즘 아크릴 방수제도 잘 나온다며 굳이 다 뜯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뭐가 맞는 말인지 알 길이 없었다. 결국 적당히 타협해서 바닥 타일 몇 개를 걷어내고 방수 처리를 하기로 했다. 공사하는 동안 화장실을 못 쓰는 건 당연하고, 집 안 가득 퍼지는 시멘트 가루와 먼지가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거실까지 번진 흙먼지를 치우느라 주말 내내 빗자루질을 해야 했다. 누수 하나 고치려다 집 전체가 공사판이 되는 기분이었다.

공사 후에도 남은 찝찝함

공사는 마쳤지만 여전히 마음이 개운하지 않다. 정말로 누수가 잡힌 건지, 아니면 또 어디선가 물이 새어 나오고 있는 건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아랫집 천장이 마르기를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 비가 오거나 화장실을 쓸 때마다 괜히 긴장하게 된다. 누군가는 아파트 하자를 언급하며 시공사를 탓하기도 하지만, 이미 오래된 집이라 그런 말을 꺼내기도 민망하다. 전세 사기니 뭐니 뉴스에서 떠드는 것보다, 당장 내 집 천장에서 물이 새는 이런 사소한 일들이 실생활에서는 훨씬 더 무겁게 다가온다. 오늘 밤도 아랫집에서 전화가 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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