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탑층 천장에 거뭇한 얼룩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
작년 늦여름쯤이었나, 유난히 비가 많이 오고 태풍 소식도 잦았던 해였다. 내가 사는 신길동의 오래된 빌라 탑층 안방 구석 천장에 아주 조그맣게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환기를 안 시켜서 생긴 단순한 결로인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자리가 점점 거뭇해지더니 벽지가 눅눅해지며 우글우글 울기 시작했다.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겠다 싶어 빌라 반상회 때 옥상 방수 공사 이야기를 꺼내봤다. 하지만 아랫층 주민들은 자기 집 일 아니라고 비용 분담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옥상 바로 아래층에 사는 내가 일단 스스로 해결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전문 업체를 불러서 견적을 받아보니 평당 시공비가 어쩌고 하면서 부르는 게 값이었다. 돈도 돈이지만 당장 큰돈을 지출하기엔 부담스러워서, 일단 내가 직접 몸으로 때워보기로 무모하게 마음먹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우레탄 바닥 방수 페인트를 사서 직접 셀프로 칠했다는 후기들이 꽤 보여서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철물점에서 산 방수스프레이로 대충 때워보려던 생각
처음부터 대대적인 공사를 할 생각은 없었다. 진짜 단순하고 가볍게 생각해서 집 앞 동네 철물점에 들러 8,000원짜리 누수방수스프레이 두 캔을 샀다. 대충 옥상에 올라가 물이 샐 만한 틈새에 칙칙 뿌려주면 끝날 일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막상 옥상 문을 열고 올라가 바닥을 뜯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상태가 백 배는 심각했다. 예전에 칠해두었던 초록색 우레탄 페인트는 이미 거북이 등껍질처럼 사방으로 갈라져 있었고, 손가락으로 살짝 뜯어내도 부스러기처럼 툭툭 떨어져 나가는 지경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스프레이 두 캔을 뿌려봤자 아무 소용도 없겠다는 걸 직감했다. 바닥 전체를 새로 긁어내고 방수용 페인트를 통째로 바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미세한 크랙 정도나 메우는 스프레이형 방수제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냥 업자를 부를까 10분 정도 진지하게 고민했다.
옥상 바닥 청소와 하도 칠하기에 꼬박 이틀을 날린 과정
방수 공사는 페인트를 칠하는 것보다 밑작업이 90%라는 글을 뒤늦게 읽었다. 집 근처 철물점에서 철헤라와 거친 쇠솔을 사 들고 토요일 아침 6시부터 작업에 들어갔다. 해가 뜨면 더워질 것 같아 일찍 시작했는데도 조금 지나니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옥상 바닥에 쪼그려 앉아 낡은 우레탄을 긁어내는데 허리랑 무릎이 부서질 것처럼 아팠다. 긁어낼 때마다 날리는 미세한 초록색 먼지들이 온몸에 내려앉았고, 이웃집 빨래라도 널려 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어 아찔했다. 꼬박 이틀 동안 바닥을 긁어내고 빗자루로 쓸고, 가정용 청소기까지 끌고 올라가 먼지를 빨아들였다. 그 뒤에 KCC 스포탄 하도를 바르기 시작했는데 신나 냄새와 독한 화학 물질 냄새가 온 동네에 진동을 했다. 필터 마스크를 썼음에도 머리가 띵하고 속이 울렁거려서 중간중간 옥상 난간에 기대어 헛구역질을 하기도 했다.
우레탄 페인트 소요량을 잘못 계산해서 겪은 번거로움
인터넷 쇼핑몰에서 대략 우리 빌라 옥상 평수를 계산해 하도, 중도, 상도 페인트 세트를 약 28만 원 정도에 주문했다. 보통 중도를 바를 때 3mm 이상 두껍게 올려야 제대로 된 방수막이 형성된다고 해서 롤러로 듬뿍 묻혀가며 바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옥상 면적의 절반 정도를 겨우 발랐을 때 중도 페인트 통이 바닥을 보였다. 바닥 콘크리트 상태가 거칠고 홈이 많다 보니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페인트액을 엄청나게 흡수해 버린 것이다. 꼼짝없이 작업이 중단됐고, 끈적이는 바닥을 피해 겨우 내려와 동네 대형 페인트 대리점을 급하게 수소문했다. 직접 차를 몰고 나가 오프라인 정가로 비싸게 중도 한 통을 추가로 더 구매해 오느라 시간과 지출이 더 늘어났다. 페인트를 겨우 다 바르고 나니 건조하는 데만 또 이틀이 걸렸는데, 그동안 일기예보를 1시간마다 확인하며 갑작스러운 비가 오지 않기만을 간절히 기도해야 했다. 중도가 채 마르기 전에 날벌레와 나방 몇 마리가 끈적한 페인트 위에 붙어 굳어버린 것을 보았을 때는 정말 헛웃음만 나왔다.
다 칠하고 나서도 장마철만 되면 생기는 이상한 불안감
마지막 단계인 상도 코팅제까지 모두 바르고 나니 멀리서 보기에는 꽤 번듯한 초록색 옥상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꼼꼼히 뜯어보면 초보자가 칠한 티가 역력했다. 롤러로 밀었던 결이 그대로 보이고 어느 곳은 페인트가 두껍게 뭉쳐 굳었으며, 구석진 곳은 꼼꼼하게 칠해지지 않아 얼룩덜룩했다. 어쨌든 셀프 시공을 끝마치고 그해 가을과 겨울은 천장에 물이 비치지 않고 무사히 넘어갔다. 하지만 매년 여름 장마철 예보가 들려올 때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내가 전문가도 아닌데 꼼꼼하게 바르지 못한 어딘가로 물이 또 스며드는 건 아닌지, 한밤중에 비가 쏟아지면 불을 켜고 안방 벽지를 손으로 만져보는 피곤한 버릇이 생겼다. 몸은 몸대로 상하고 재료비에 추가 구매 비용까지 합치면 차라리 처음부터 제대로 된 복합방수 전문 시공을 의뢰하는 게 정신 건강에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금도 지울 수 없다.

제가 봤을 때, 우레탄 페인트가 갈라진 부분까지 채우려고 하니까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겠어요. 틈새 메우기 정도로는 한계가 있을 것 같아요.
옥상에 쏟아진 물이 생각나네요. 처음부터 전문가에게 맡겼으면 훨씬 마음 편했을 것 같아요.
이런 경험, 생각보다 물 흡수율이 높은 콘크리트 때문에 페인트가 쉽게 뭉개질 수 있다는 점을 빨리 알았어야 했는데.
옥상 청소하시는 거 정말 고생스러웠겠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