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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오고 나서야 알아차린 빌라 옥상 누수와 일주일간의 소란

거실 천장 몰딩 근처의 벽지가 축축하게 젖어 들기 시작했다

지난여름 유난히 길었던 장마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어느 날 퇴근하고 거실 소파에 앉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데, 에어컨 배관이 지나가는 모퉁이 쪽 벽지 색깔이 묘하게 변해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날이 습해서 생긴 일시적인 얼룩이려니 하고 가볍게 넘겼다. 하지만 며칠 뒤 국지성 호우가 한 차례 더 쏟아지고 나니, 노란 얼룩의 테두리가 더 넓어지고 손으로 만졌을 때 눅눅한 축축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우리 집은 4층짜리 빌라의 맨 위층이라 천장에서 물이 샌다는 건 곧 옥상 방수층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옥상에 올라가 보니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옥상 전체에 깔린 초록색 우레탄 바닥 곳곳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져 있었고, 어떤 곳은 부풀어 올라 밟을 때마다 찌걱거리는 물소리가 났다. 진작 건물 관리에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소 잃고 뇌양간 고친다는 말이 딱 이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우레탄 덧칠과 전체 시공 사이에서 겪은 견적 비용의 차이

문제를 인지하자마자 인터넷으로 옥상방수업체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동네에 있는 방수전문업체 몇 군데에 전화를 걸어 현장 실사 및 견적을 요청했다. 업체마다 진단하는 내용도 다르고 제시하는 금액의 차이도 너무 컸다. 한 업체는 기존 우레탄 위에 하도만 바르고 다시 덧칠하는 코킹작업과 우레탄방수를 제안하며 250만 원 선을 불렀다. 반면 다른 방수업체는 이미 우레탄 내부로 물이 다 들어가서 바닥을 전부 갈아내고 새로 깔아야 한다며, 지붕재료와 인건비를 포함해 450만 원에서 500만 원은 잡아야 한다고 했다. 비용 차이가 거의 두 배 가까이 나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싼값에 덧칠만 했다가 얼마 못 가 다시 누수가 발생하면 이중으로 돈이 들 게 뻔했고, 그렇다고 빌라 주민들과 장기수선충당금도 없는 상태에서 큰 비용을 갹출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며칠 동안 빌라 반상회를 열고 이웃들을 설득하는 피곤한 과정을 거쳐, 결국 450만 원을 들여 기존 방수층을 완전히 걷어내고 정석대로 공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다리차 진입조차 차단되는 좁은 빌라 골목에서 발생한 주차 갈등

공사 당일 아침부터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졌다. 우리 빌라가 위치한 골목은 차 두 대가 겨우 비껴갈 정도로 좁은 편인데, 자재와 장비를 실어 나를 사다리차가 진입할 공간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전날 저녁에 골목 양옆으로 주차된 차량 차주분들께 미리 양해를 구하긴 했지만, 아침 일찍 출근하지 않는 차량 몇 대가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침 7시부터 차를 빼달라고 일일이 전화를 돌리는데, 이른 아침이라 전화를 받지 않거나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응대하는 이웃들 때문에 중간에서 진땀을 흘려야 했다. 결국 사다리차 기사님과 방수업체 직원들이 좁은 틈새로 겨우 차량을 조작해 자재를 올리기 시작했지만, 통행하는 동네 주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다. 빌라 같은 공동주택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주변 이웃들과의 잦은 마찰을 감당해야 하는 심적 부담이 너무 컸다.

비 예보로 일정이 밀리며 방수층이 벗겨진 옥상을 방치했던 일주일

원래 공사는 꼬박 사흘이면 다 끝날 예정이었다. 첫날 기존에 썩어 있던 우레탄 바닥을 기계로 긁어내는 작업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런데 둘째 날 아침에 옥상 바닥에 프라이머(하도)를 바르려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방수공사는 날씨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기 때문에, 바닥이 완전히 건조되지 않은 상태에서 약품을 바르면 나중에 다시 부풀어 오른다고 했다. 결국 작업을 중단하고 기상청 예보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나가는 소나기일 줄 알았던 비가 다음 날까지 산발적으로 이어졌고, 물기를 말려야 한다며 또 하루를 공치게 되었다. 옥상 바닥이 훤히 드러난 채로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을 보니 당장 천장으로 물이 더 새지는 않을까 밤마다 불안해서 거실 불을 켜고 천장을 확인하느라 일주일 내내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옥상에 방치된 폐기물을 치우는 과정과 우레탄 그라인더 작업의 먼지 소동

공사가 며칠 지연되는 동안 옥상에 방치되어 있던 오래된 항아리나 깨진 화분 같은 쓰레기들을 치우는 것도 온전히 내 몫이었다. 그동안 옥상을 공용 공간이라고 방치해 두다 보니 누구의 물건인지도 불분명한 짐들이 가득했는데, 공사를 시작하려니 그것들을 치우지 않고서는 바닥을 다듬을 수가 없었다. 허리가 끊어질 듯한 통증을 참아가며 쓰레기봉투를 수십 장 사다가 짐들을 정리했다. 게다가 기계로 우레탄 바닥을 밀어낼 때 발생하는 회색 먼지는 온 동네를 뒤덮을 기세였다. 창문을 꽁꽁 닫았음에도 창틀 사이에 뽀얗게 먼지가 쌓였고, 옆집 빌라 주민이 베란다에 널어둔 빨래에 먼지가 다 묻었다며 옥상으로 올라와 항의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방수 작업 자체보다 이러한 주변 정리와 민원 해결이 훨씬 더 지치고 힘들었다.

큰돈을 들여 공사를 마쳤지만 비가 내릴 때마다 여전히 생기는 불안감

장마철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일주일이 넘어서야 회색빛의 새로운 방수 바닥이 완성되었다. 방수업체 사장님은 꼼꼼하게 우레탄을 여러 번 올렸으니 이제 몇 년 동안은 누수 걱정 없이 발 뻗고 자도 된다고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수백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공사를 끝마친 지금까지도 마음이 온전히 편치 않다. 요즘도 밖에서 빗소리가 조금 크게 들린다 싶으면 나도 모르게 거실 천장을 쳐다보고 손으로 벽지를 만져보는 버릇이 생겼다. 옥상방수공사라는 게 눈에 바로 보이는 인테리어 공사처럼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는 것이 아니다 보니, 과연 이 돈을 들인 만큼 제대로 차단이 된 것인지 다가오는 겨울철에 눈이 쌓이고 녹아봐야 확신이 설 것 같다. 그저 당분간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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