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아래층 이웃에게 연락이 왔다. 화장실 천장에서 물방울이 맺힌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우리 집 화장실은 평소처럼 쓰고 있었고 딱히 물이 새거나 바닥이 젖어 있는 느낌도 없었으니까. 설마 내 잘못일까 싶어 조심스럽게 화장실 문을 열고 타일 사이를 한참 들여다봤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였다. 습기가 가득한 여름철이라 결로인가 싶기도 했지만, 막상 사진으로 확인하니 상황이 꽤 구체적이었다. 천장 마감재 틈으로 물이 맺혀서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아랫집 분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언제 고칠 거냐고 재촉하니 덜컥 겁부터 났다.
업체 부르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누수 탐지라는 게 생각보다 복잡하더라.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수많은 업체가 나오는데, 어디가 믿을만한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가격대도 천차만별이었다. 출장비만 받는 곳도 있고, 탐지 비용을 따로 책정하는 곳도 있었다. 결국 지인에게 물어물어 한 곳을 불렀다. 기사님이 오셔서 장비를 바닥에 대고 삐삐거리는 소리를 들으시는데, 그 소리가 왜 그렇게 긴장되는지. 한참 동안 화장실을 뒤집어엎고 나서야 원인을 찾았는데, 예상치 못한 곳이었다. 변기 아래쪽 배관 연결 부위에서 미세하게 물이 새어 나오고 있었던 거다. 수리비만 80만 원 정도가 나왔다. 생각지도 못한 지출이라 손이 떨렸다.
보험 접수 서류 챙기느라 고생했다
옆 동네 사는 친구가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이 있으면 비용 처리가 된다고 귀띔해 줬다. 서랍 깊숙이 묻어뒀던 보험 증권을 꺼내 확인해 보니 다행히 특약이 가입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보험사에서는 공사 전후 사진, 누수 원인이 적힌 소견서, 견적서, 그리고 계좌이체 내역서까지 요구했다. 공사하는 와중에 사진을 찍는 게 눈치 보이기도 하고 정신이 없어서 빼먹은 부분도 있었다. 보험 담당자랑 통화하는데, 내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니 계속 서류 보완을 요청받았다. 이미 돈은 나갔는데 보상은 언제 될지 모르는 상황이 되니 마음이 탔다.
공사 이후에도 찝찝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공사를 마치고 나니 이제 안심해도 된다고들 한다. 그런데 아랫집 천장 얼룩은 어떡할 건지. 그건 도배나 천장 교체 비용을 또 청구해야 한다고 하더라. 아랫집은 그사이 계속 습한 냄새가 난다고 항의를 하고, 나는 내 잘못도 아닌 것 같은데 괜히 죄인이 된 기분으로 사과를 반복했다. 누수 탐지 기사가 다녀간 후로 변기 위치를 살짝 옮겨서 다시 시공했는데, 타일 색깔이 미묘하게 다르다. 며칠 지났는데도 그 부분이 계속 눈에 밟힌다.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사람들은 이제 괜찮을 거라고 말한다. 그런데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괜히 아랫집 화장실 천장을 상상하게 된다. 다시 물이 새는 건 아닐까, 혹시 배관 어딘가에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미세한 틈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화장실을 쓸 때마다 물을 조심스럽게 사용하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 10년 넘은 아파트라 노후화된 거라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싶다. 수백만 원이 들 수도 있었던 일을 그나마 보험 처리로 넘긴 게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안 삼고 있다. 그런데 정말 이게 끝일까? 누수라는 게 한번 경험하고 나니 완전히 마음 편히 사는 건 힘든 일 같기도 하다.

결로 때문에 계속 신경 쓰이는 거 보니, 진짜 맴이 무서워요. 저도 비슷한 경험 있어서 더 공감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