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결로인 줄 알고 그냥 넘어가려 했던 게 화근이었다
우리 집 안방 화장실 바로 앞 천장에 손바닥만 한 얼룩이 생긴 걸 처음 발견했을 때, 그냥 겨울철이라 생긴 천장결로일 거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가습기를 자주 틀어서 그런가 싶기도 했고, 며칠 환기 잘 시키면 마르겠거니 하고 방치한 게 실수였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마르기는커녕 얼룩 가장자리가 점점 짙은 갈색으로 변하면서 묘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아차 싶었다. 단순 결로라면 이렇게 젖은 부위가 사방으로 넓어지면서 누렇게 썩어 들어가는 느낌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뒤늦게 손을 대보니 벽지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위에서 물이 새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윗집 화장실 배관 문제라는 진단을 받기까지의 과정
윗집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는 것부터가 스트레스의 시작이었다. 다행히 이웃분이 나쁜 분은 아니었지만, 본인 집 바닥에는 물이 고인 데가 전혀 없다며 당황스러워했다. 결국 전문 업체를 불러서 확인해 보기로 했다. 동네 방수 업체 몇 군데를 알아보다가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언급이 좀 되던 누앤수라는 누수 전문 업체에 연락을 했다. 직원이 와서 우리 집 천장 석고보드를 일부 뜯어내고 안쪽을 확인해 보더니, 윗집 화장실 배관 연결 부위에서 미세하게 물이 새어 나와 콘크리트 슬라브를 타고 내려오는 거라고 했다. 30년이 다 되어가는 낡은 복도식 아파트라 배관 노후화가 주원인이었다.
천장누수도배만 할 것인가 석고보드까지 뜯을 것인가의 갈등
상황을 파악하고 나니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윗집에서는 일단 물 새는 배관만 고치고 우리 집 천장은 마른 뒤에 도배만 새로 해주면 안 되겠냐고 제안했다. 하지만 업체의 말은 달랐다. 이미 물을 잔뜩 머금은 석고보드는 안쪽에서 곰팡이가 쓸어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단순히 천장누수도배만 덧방으로 진행하면 얼마 못 가 벽지 위로 검은 곰팡이가 다 올라올 거라고 했다. 결국 비용이 더 들더라도 젖은 석고보드를 다 뜯어내고 목공 작업부터 새로 하는 방향과, 겉만 살짝 말려서 도배지만 얹는 방식을 두고 조율해야 했다. 건강을 생각하면 전부 철거하는 게 맞았지만, 윗집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 때문에 조심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해 중간에서 참 난감했다.
누수피해보상 조율과 예상치 못했던 공사 비용
다행히 윗집 주인분이 가입해 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이 있어서 누수피해보상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되었다. 보험 처리가 된다고 하니 마음은 한결 편해졌지만, 서류 제출하고 조율하는 과정 자체가 꽤나 성가셨다. 우리 집 천장 복구와 도배 작업에 들어간 견적은 약 210만 원 선이었다. 여기에는 석고보드 교체와 친환경 초배지 작업, 그리고 실크 벽지 도배 비용이 포함되었다. 보험사에서는 손해 사정 항목을 꼼꼼히 따지며 일부 자재 비용이나 인건비 단가에 대해 삭감을 요구하기도 해서, 윗집과 우리 집, 그리고 업체 사이에서 전화 통화를 몇 번이나 주고받았는지 모른다. 돈을 떠나서 이 조율 과정 자체가 직장인인 나에게는 큰 피로감으로 다가왔다.
먼지와 소음 속에서 진행된 사흘간의 복구 작업
본격적인 누수복구인테리어 작업은 꼬박 사흘 동안 진행되었다. 첫날에는 먼지가 날리는 걸 막기 위해 거실 전체에 비닐로 커버링 작업을 하고 썩은 석고보드를 뜯어냈다. 뜯어낸 천장 내부를 보니 거뭇거뭇한 곰팡이가 가득해서 소름이 돋았다. 둘째 날에는 목공 틀을 다시 짜 맞추고 새 석고보드를 대는 작업이 있었고, 마지막 날에야 비로소 도배지가 붙었다. 사흘 내내 집안은 먼지투성이였고, 시끄러운 공구 소리 때문에 낮 동안에는 집에 붙어 있을 수가 없었다. 퇴근하고 돌아와 매일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하면서 왜 내 집에서 내가 이런 고생을 해야 하나 싶은 짜증이 울컥 치밀기도 했다.
공사는 끝났지만 비가 올 때마다 천장을 보게 되는 버릇
도배가 끝나고 벽지가 팽팽하게 마르고 나니 겉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깨끗해졌다. 냄새도 사라졌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비가 오거나 윗집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날에는 나도 모르게 안방 화장실 앞 천장을 멍하니 올려다보게 된다. 벽지 안쪽에 혹시 내가 모르는 미세한 틈으로 물이 다시 스며들고 있는 건 아닌지, 곰팡이가 다시 슬금슬금 피어오르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겉은 멀쩡해졌지만 한 번 누수를 겪고 나니 집에 대한 신뢰가 묘하게 깨진 기분이다. 완벽히 해결되었는지에 대한 확신은 시간이 더 흘러봐야 알 것 같다.

결로 때문에 벽지가 젖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심하게 곰팡이가 심한 경우는 누수에서 오는 문제 같아 보이네요. 특히 천장 안쪽이 썩어가는 모습은 걱정스럽습니다.
정말 답답한 상황이네요. 낡은 아파트의 배관 문제 때문에 오래도록 고생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