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 초록색 페인트를 칠하기로 마음먹은 이유
사실 처음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옥상 구석에 자꾸 물이 고이고,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아래층 천장에 얼룩이 생긴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업체를 부르면 최소 150만 원에서 200만 원은 훌쩍 넘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왠지 억울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셀프 방수 페인트 세트가 10만 원대 후반이면 충분히 구할 수 있었다. 유튜브에 나오는 영상들에서는 슥슥 바르기만 하면 금방 끝날 것 같았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그 자신감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유효했다.
생각보다 끔찍했던 바닥 정리와 이물질 제거
페인트를 바르기 전에는 바닥을 아주 깨끗하게 닦아야 한다고 했다. 그냥 빗자루로 쓸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올라가 보니 상태가 참담했다. 지난 몇 년간 쌓인 먼지와 이끼, 그리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찌꺼기들이 바닥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고압 세척기가 있으면 좋았겠지만 집에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했다. 결국 철수세미와 뻣뻣한 솔을 들고 옥상 바닥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무릎이 너무 아파서 나중에는 박스를 깔고 앉아 작업했는데, 한 시간쯤 지나니 온몸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그때쯤 이미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냥 전문가를 부를 걸 그랬나,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둘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방수 페인트의 묘한 질감과 끝없는 붓질
드디어 페인트를 뜯어서 칠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칠할 때는 기분이 좋았다. 칙칙했던 회색 바닥이 선명한 초록색으로 덮이는 걸 보면 나름 뿌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구석진 부분이나 좁은 틈새는 롤러가 닿지 않아서 붓으로 일일이 칠해야 했는데, 이 과정이 정말 지루하고 고역이었다. 페인트 냄새는 생각보다 독해서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도 머리가 띵했다. 해는 지고 있고, 페인트는 절반 정도 남았는데 팔은 더 이상 들어 올려지지 않았다. 옥상 방수는 무조건 두 번은 칠해야 한다고 해서 다음 날 다시 올라올 생각을 하니 막막함이 밀려왔다.
업체 견적과 비교하며 느꼈던 묘한 현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쓴 제품은 사실 전문가들이 쓰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한 대중적인 페인트였다. 비싼 건 1캔에 10만 원이 넘어가던데, 내가 산 건 세트로 묶여있는 저렴한 것이었다. 이게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며칠 뒤에 비가 한 번 크게 왔는데, 다행히 물은 안 새는 것 같지만 페인트가 벌써 군데군데 얇게 느껴져서 불안하다. 옥상 입구 쪽에 제대로 건조하지 않은 상태에서 밟았는지 발자국 모양으로 페인트가 조금 벗겨져 나갔다. 보기 흉해서 덧칠하려고 하는데 페인트는 이미 굳어서 딱딱해졌고, 붓은 세척을 제대로 안 해서 버려야 했다. 이게 돈을 아끼려고 한 건지, 아니면 노동력을 낭비한 건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미묘한 불안감
결국 이렇게 해서 20만 원 정도를 썼는데, 업체를 불렀을 때의 그 견적과 비교하면 저렴하게 끝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들인 3일간의 시간과 그 고생, 그리고 옥상에 올라갈 때마다 보이는 얼룩덜룩한 초록색 바닥을 보면 마음이 복잡하다. 완벽하게 방수가 된 건지, 아니면 일시적으로 물길만 막아놓은 건지 알 수가 없으니까. 다음에 또 물이 새면 그때는 그냥 처음부터 전문가를 부를 것 같다. 근데 사실 다음에 물이 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다시 옥상을 뒤집을 엄두가 안 나기 때문이다. 그냥 이 상태로 별일 없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저렴한 페인트로 시작했는데, 결국 재도장을 해야 해서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이 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