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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수전 하나 바꾸려다 몽키스패너랑 씨름한 이야기

갑자기 시작된 욕실 수전과의 전쟁

며칠 전부터 욕실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샤워기 호스에서 잔수가 빠지는 건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수전 본체와 벽 사이에서 한 방울씩 맺혀 흐르는 것이었다. 어머니도 손잡이가 너무 뻑뻑해서 돌리기 힘들다고 계속 불평을 하셨다. 관리사무소에 물어볼까 하다가, 괜히 사람 부르는 비용도 그렇고 요즘 유튜브 보면 다들 직접 고치길래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괜한 객기였을지도 모르겠다. 근처 철물점에 가서 대충 비슷한 규격의 수전을 5만 원 정도 주고 사 왔다. 박스를 뜯어보니 뭐 복잡한 부품이 많아 보였는데, 사실 그때부터 조금 불안하긴 했다.

벽 속의 배관과 마주하는 순간

기존 수전을 떼어내려고 몽키스패너를 들었는데, 여기서부터 첫 번째 난관이었다. 벽에 박혀 있는 편심 유니언이 어찌나 꽉 끼어 있는지 꼼짝도 안 했다. 힘을 너무 세게 주면 벽 속의 배관이 돌아가서 큰일 난다는 글을 봤던 터라 식은땀이 났다. 한 10분 정도 낑낑거리다가 간신히 하나를 빼냈다. 그런데 안쪽을 보니 녹이 잔뜩 슬어 있고, 전 주인이 해놓은 건지 뭔지 알 수 없는 실리콘인지 석고 같은 게 덕지덕지 발려 있어서 지저분했다. 이걸 다 긁어내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깔끔하게 정리하려다가 타일이 깨질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긁어냈는데, 이미 내 팔은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편심 유니언의 미세한 간격 조정

새 제품을 끼우려고 보니 수전의 가로 간격이랑 벽 배관 간격이 미세하게 안 맞는 거다. 다시 유튜브를 켜서 ‘편심 유니언’ 조정법을 찾아봤다. 좌우를 조금씩 돌려가면서 수평을 맞춰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너무 정밀한 작업이었다. 테플론 테이프를 감는 것도 문제였다. 너무 적게 감으면 물이 새고, 너무 많이 감으면 아예 들어가질 않는다. 세 번 정도 감았다 풀었다를 반복하다 보니 욕실 바닥은 온통 물바다가 되었고, 내 손도 기름때와 물로 엉망이 됐다. 왜 이걸 직접 하겠다고 나섰나 싶어서 한숨만 나왔다. 옆에 있던 어머니는 그냥 사람 부르지 그랬냐며 한마디 하셨는데, 그 말이 왜 그렇게 귀에 꽂히던지.

수전 설치 후의 찝찝한 마무리

거의 1시간 반이 지나서야 간신히 수전을 고정하고 샤워기 호스까지 연결했다. 물을 틀어보니 다행히 물은 잘 나왔다. 수전 손잡이도 새 거라 그런지 확실히 부드러웠다. 하지만 왠지 모를 찜찜함이 남았다. 벽이랑 수전 사이를 가려주는 커버가 제대로 밀착되지 않아서 그 틈으로 물이 들어갈 것만 같았다. 실리콘으로 마감을 해야 하나 싶었지만, 일단은 그냥 두기로 했다. 사실 다시 뜯어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예전에 리모델링 패키지 광고를 보면서 그냥 다 바꿔버릴까 고민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는 그게 왜 그렇게 비싸게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끝나지 않은 욕실 관리의 굴레

수전 교체는 끝났지만, 이제는 샤워기 거치대랑 세면대 물마개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10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제대로 손대지 않은 곳들이라 이제는 하나가 고장 나면 줄줄이 다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이번에는 어떻게든 해결했지만, 다음번에 또 다른 부속품이 말썽이면 그때는 정말 전문가를 부를 것 같다. 적어도 공구 찾느라 30분, 테플론 테이프 때문에 씨름하는 1시간은 아낄 수 있을 테니까. 욕실은 참 정직한 공간이다. 조금만 신경 안 쓰면 바로 티가 나고, 고치려고 하면 예상보다 훨씬 더 큰 일이 된다. 오늘도 욕실 한구석에 남은 물기를 닦으며 괜히 내 시간만 낭비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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