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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 갈라짐 하나 잡으려다 온 집안을 다 칠해버렸다

처음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거실 한쪽 벽면에 아주 미세하게 금이 가 있는 걸 발견했다. 작년 겨울쯤이었나, 창가 쪽 벽지에 뭔가 길쭉한 선이 생기더니 점점 눈에 띄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볼 때마다 은근히 거슬리는 거다. 다이소에 갔더니 간단하게 바를 수 있는 수성 아크릴 소재의 보수제가 있었다. 가격은 3천 원이었나 5천 원이었나, 기억도 잘 안 난다. 그냥 그걸로 슥슥 펴 바르면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문제였다. 보수제를 바르고 나니 기존 벽지 색깔이랑 너무 차이가 나는 거다. 결국 그 부분을 가리려고 주변을 덧칠하게 되었고, 그게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결국 거실 벽면 전체를 다시 칠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도구 고르기부터 난관이었다

철물점에 가서 물어보니 사장님이 ‘본타일’ 마감이냐 ‘스터코’냐 물으시는데 솔직히 뭐가 뭔지 잘 몰랐다. 그냥 대충 흔한 흰색 페인트면 다 같은 줄 알았지. 제비스코 제품을 추천해주시길래 아무 생각 없이 큰 통을 하나 사 들고 왔다. 사실 도장기계 같은 건 엄두도 못 냈고, 롤러랑 붓 몇 개만 챙기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페인트가 생각보다 너무 꾸덕꾸덕해서 물을 섞는 비율 맞추기가 정말 어려웠다. 너무 묽으면 줄줄 흐르고, 되직하면 붓 자국이 그대로 남아서 보기가 싫었다. 유튜브 영상 몇 개 찾아보며 혼자 끙끙거렸는데, 숙련된 기술자들은 왜 그렇게 쉽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팔이 아팠다.

빠대 작업이 이렇게 힘들 줄 알았더라면

벽면이 매끈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페인트를 올리는 건 무리였다. 빠대, 즉 퍼티 작업을 꼼꼼히 해야 마감이 예쁘게 나온다길래 열심히 긁어내고 채웠다. 벽면 갈라짐이 왜 생겼는지 원인 파악도 제대로 안 하고 일단 덮어버리는 게 맞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미 시작한 거 어쩌겠나. 냄새도 생각보다 독해서 창문을 활짝 열어뒀는데, 하필 그날 바람이 너무 불어서 작업하기가 더 번거로웠다. 자석 페인트나 차열 페인트 같은 특수 기능성 제품도 많다던데, 나는 그냥 가장 기본인 아크릴 페인트를 썼다. 내후성이나 내구성이 좋다길래 그냥 믿고 칠했다. 한 번 칠하고 말리는 시간이 대여섯 시간은 걸리는데, 그동안 거실에 발도 못 들이고 갇혀 지내는 것도 꽤나 고역이었다.

결과물은 나쁘지 않지만 다시 하라면 글쎄

다 칠하고 나서 보니 처음에 고민했던 벽면 갈라짐은 보이지 않는다. 깨끗해진 벽을 보면 뿌듯해야 하는데, 막상 다 끝내고 나니 몸살이 날 것 같다. 테프론 테이프로 마스킹 처리할 때 꼼꼼하게 안 해서 구석진 곳에 페인트가 튄 걸 발견했을 때의 그 허탈함이란. 꼼꼼한 성격도 아닌데 이번엔 왜 이렇게 유난을 떨었나 싶다. 전문 업체에 맡기면 비용이 얼마 정도 나올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아마 공임비랑 자재비 합치면 꽤나 컸겠지? 그래도 그 돈 아끼려고 주말 이틀을 온전히 쏟아부은 게 잘한 선택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여전히 남은 미세한 찝찝함

사실 칠하고 나서 며칠 지나니까 롤러 자국이 묘하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낮에 햇빛이 쨍하게 들어올 때는 괜찮은데, 밤에 형광등 불빛 밑에서 보면 특정 부위가 미세하게 뭉쳐 있다. 전문가가 했으면 훨씬 매끄러웠을 텐데, 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다시 칠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두기엔 자꾸 눈길이 간다. 처음 목표했던 ‘갈라짐 해결’은 성공했지만, 결과물은 절반의 만족이다. 다음번에는 이런 일이 생기면 그냥 전문가를 부를지 아니면 이번 경험을 살려 더 잘할 수 있을지 스스로도 답을 못 내리겠다. 그냥 일단은 칠해진 벽을 보며 애써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벽면 갈라짐 하나 잡으려다 온 집안을 다 칠해버렸다”에 대한 4개의 생각

  1. 페인트 묽고 너무 되직하게 하느라 정말 고생했네요. 유튜브 영상 보면서 혼자 해결하려다 팔 아프셨다니, 다음엔 전문가한테 맡기는 게 정신 건강에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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