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공사를 끝내고 나니 벌어진 일들
공사가 다 끝났다고 연락받았을 때만 해도 세상 다 가진 기분이었다. 안양에 있는 구축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큰맘 먹고 욕실 두 곳을 싹 뜯어고쳤으니까. 대충 1,500만 원 정도 들었나. 욕조를 없애고 샤워 부스를 설치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인테리어 업체 사장님이 말한 ‘건식 벽체 방수 시스템’이니 뭐니 하는 전문 용어들이 그저 다 새것이라는 기쁨에 묻혀 들리지도 않았다. 예쁘게 바뀐 타일과 새 수전들을 보면서 ‘이제 진짜 우리 집이 되었구나’ 싶었지. 그런데 웬걸, 정확히 일주일 뒤에 관리실에서 인터폰이 왔다. 아랫집 천장에 물이 맺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처음엔 그저 아랫집에서 어디 물이 샜겠거니 했는데, 아무래도 우리 집 욕실에서 물을 쓴 시간과 겹친다는 말에 등줄기에 땀이 쫙 흘렀다.
업체 사장님과의 실랑이와 피로감
결국 인테리어 업체를 다시 불렀다. 사실 이 과정이 제일 힘들었다.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그쪽에서 시공한 방수 방식이 도막인지 시트인지 내가 알 게 뭔가. 업체 사장님은 연신 ‘그럴 리가 없다’, ‘건설신기술 인증받은 자재를 썼다’며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솔직히 나중에는 그쪽이 뭘 잘못했는지 따지는 것도 지쳤다. 붙박이장 철거비용까지 합쳐서 예산이 꽤 빠듯했는데, 여기서 누수 탐지하고 뜯어내고 다시 바닥을 잡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를 두고 며칠을 싸웠다. 결국 업체 쪽에서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내 업무 시간은 다 뺏기고 퇴근 후에 좁은 화장실 앞에 앉아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왜 애초에 공사할 때 이런 변수를 고려하지 못했을까, 아니면 이 집 자체가 워낙 낡아서 겉만 번지르르하게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들 말이다.
인젝션 작업을 지켜보며 느낀 무력감
다시 방수를 한다고 사람을 불렀는데, 욕실 바닥을 다 뜯어내는 대신 ‘인젝션’이라는 공법을 제안했다. 벽이랑 바닥 틈새로 특수 약품을 주입해서 메우는 거라는데, 뭔가 공사 규모가 생각보다 작아 보여서 ‘이걸로 정말 해결이 될까’ 싶었다. 시공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니 무슨 주사기 같은 장비로 구석구석을 찌르는데, 왠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것 같아 마음이 영 불편했다. 작업 시간은 대략 4시간 정도 걸렸나. 그동안 화장실을 못 쓰니 집 근처 헬스장에 가서 씻고 와야 했다. 다리라도 다쳤으면 어쩔 뻔했나 싶어 헛웃음이 났다. 깁스하고 방수 커버 끼고 씻는 사람들이 진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난 성한 몸으로도 이렇게 불편한데 말이다.
남겨진 의문과 불안함
결국 작업은 끝났고 물은 안 샌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화장실에서 물을 쓸 때마다 아랫집 천장이 괜찮은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예전에는 그냥 편하게 썼던 공간이 이제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다. 친구들은 요즘 나오는 미끄럼 방지용 MMA 바닥재 같은 걸로 교체했으면 좀 나았을 거라던데, 이제 와서 그런 걸 알아본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다. 인테리어라는 게 예산을 투입하면 투입할수록 깔끔해지는 건 맞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터지는 문제는 정말이지 운에 맡겨야 하는 영역인 것 같다. 아니면 정말 제대로 된 기술자를 만나느냐의 문제거나. 어쨌든 나는 여전히 화장실 슬리퍼를 신을 때마다 바닥에 물기가 너무 많지 않은지, 타일 사이 줄눈에 습기가 너무 오래 머무는 건 아닌지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생활이 언제까지 갈지, 혹은 그냥 이렇게 적응하고 살게 될지 아직 잘 모르겠다.
